유대인 강제노역자 58명 집단학살에 가담했던 나치 친위대원이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한 대학생의 끈질긴 추적으로 나치 패망 54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18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철도역의 책임자로 일하다 은퇴한 아돌프 슈토름스(90)는 나치 패망 한 달 전인 1945년 3월28일 친위대 하사로 히틀러 유겐트(나치 청소년조직) 대원들과 함께 유대인 강제노역자 57명을 대량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슈토름스 등은 헝가리출신 유대인 노역자들을 오스트리아 도이취 쉬첸 마을 인근 숲에서 총으로 학살했으며 유대인 노역자들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도 한 명을 살해했다. 패전 직전 나치는 강제수용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수감자들을 다른 곳으로 강제 이동시키거나 집단적으로 살해했다. 쉬첸 지역 대량학살 희생자들의 유해는 1995년 발견됐다.
슈토름스의 범죄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 학생인 안드레아스 포스터(28)에 의해 우연히 밝혀졌다. 포스터는 도이취 쉬첸 마을에서 일어난 유대인 학살사건을 연구하던 중 핵심인물인 슈토름스를 발견하고 베를린 연방문서보관소에서 관련 파일들을 입수, 범죄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이어 독일 뒤스부르그에 거주하던 슈토름스를 찾아내 지난 7월 독일 검찰에 그의 범죄사실을 알렸다. 검찰은 지난 17일 슈토름스를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슈토름스는 종전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됐지만 이듬해 풀려난 뒤 이름을 바꾸는 등 신분을 세탁했다. 포스터와 그의 지도교수가 시도한 수 차례 인터뷰에서 슈토름스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죄 사실을 부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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