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들은 현재 학교에 수용돼 있는 것이지 교육 받는 게 아니다."
지적 장애와 간질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13)을 둔 최석윤(47)씨는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과밀학급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최씨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만 해도 교사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규정보다 많다 보니 실종사고는 다반사로 일어난다"며 "내 아들도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약한 사회적 지원에도 늘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이들이 애써 '행동'에 나선 것은 장애 자녀를 맡고 있는 교육기관의 '정원초과' 문제 때문이다.
이들은 회견에서 "법에 규정된 장애인 특수학급의 학급당 정원을 지키지 않은 학교를 대상으로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에 의무이행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1년간 수 차례 민원을 제기해왔지만, 특수교실을 위한 공간이 없다거나 공무원총정원제도 하에선 특수교사 충원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행정심판 청구에 인용한 사례는 법률위반 정도가 심한 5개(서울ㆍ충남ㆍ충북ㆍ광주ㆍ울산) 시ㆍ도의 초ㆍ중ㆍ고 15개 학교에서 모은 62건. 청구대상에 오른 곳은 대부분 학급당 학생수가 10명 이상이고 심한 경우 16명인 곳도 있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 학생들이 좋은 여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급당 정원을 최대 유치원 4명, 초ㆍ중학교 6명, 고교 7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 중 37.6%가 규정을 위반한 과밀학급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10월 공개된 안민석, 이상민 의원의 '특수교육여건평가' 결과에서도 전국 특수학교 중 40.8%가 과밀학급으로 나타났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조상필 상임 활동가는 "과밀학급 문제는 결국 특수교사 부족 문제로, 이것은 또 특수교육 보조 및 각종지원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라면서 "행정심판으로도 문제해결이 되지 않을 때엔 행정소송이나 기습시위 등 더 강력한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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