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는'티파티(Tea Party)'시위가 잦다고 한다. 티파티는 원래 17세기 영국 상류사회에서 유래한 사교 모임이다. 여유 있는 부인네들이 오후에 홍차와 본차이나와 스낵을 준비하고 이웃을 초청, 주로 연애 스캔들을 화제로 교분을 나눴다. 그러나 1773년 영국 정부가 식민지 미국의 홍차 수입을 규제하고 높은 관세를 매긴 데 반발해 봉기한 '보스턴 티파티 사건'이 독립 투쟁으로 이어진 뒤 세금인상 반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최근의 티파티 시위도 오바마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세금 인상 등 '큰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티파티 시위는 4월에는 750개 도시에서 벌어졌다. 이어 소규모 시위가 이어지다가 7월4일 독립기념일에 다시 전국으로 확대됐다. 9월12일에는 워싱턴에서만 7만5,000명이 참가, 오바마 집권 이후 최대 규모의 보수세력 시위로 기록됐다. 언론은'납세자 시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신문 가디언의 워싱턴특파원 마이클 토마스키는 다분히'인종 시위'라고 보았다.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시위에 참가한 군중의 대다수가 백인이고, 아시아인 수십 명, 라틴아메리카인 3,4명에 흑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한다.
■미국 태생인 토마스키는 "인종주의를 입증할 수는 없지만, 오바마를 증오하는 군중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증오'는 일찍 나타났다. 대선 다음 날, 백인우월주의자 단체에 가입 신청이 폭주해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암살 날짜를 맞히는 경품 행사를 벌인 편의점도 있다. 언론은 인종 장벽을 허물고 '미국의 약속'을 실현한 역사성을 훼손할 보도를 삼간다. 그러나 그는 하루 30여 건의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3~4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군 부대가 아니면 옥외 연설을 하지 않는다.
■오바마는 그제 중국 상하이에서 대학생들과 대화하면서'문화적 다양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서로 다른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나라 사이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당위론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모는 다양하다"며 "내 아버지는 케냐, 어머니는 미국 출신이고 여동생은 인도네시아 혼혈에 중국계 캐나다인과 결혼했다"고 굳이 덧붙였다. 이런 글을 읽다가, 처음 한국에 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핵과 한미 FTA, 전시작전권과 같은 얘기만 하는 것은 따뜻한 대접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정상 만찬에 혼혈인들을 초대, 오바마가 안겨 주었던 감동을 다시 나누면 어떨까.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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