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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맛 가미한 체코·독일 뮤지컬 두 편, 원작자도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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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맛 가미한 체코·독일 뮤지컬 두 편, 원작자도 반했다

입력
2009.11.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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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온 뮤지컬을 보며 '재미는 있는데 국내 정서와 안 맞는다'는 생각 한두 번쯤 해봤을 터. 그에 반해 창작의 범위가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 뮤지컬이 우리 입맛에 맞게 버전업되고 있다. 얼마 전 막을 올린 '살인마 잭'과 '굿모닝 학교'는 각각 체코, 독일산 뮤지컬로, 국내 스태프를 거치면서 원작의 음악만 남고 대본, 무대, 안무 일체가 바뀌었다. 이쯤 되면 이름만 라이선스지 사실상 창작 뮤지컬에 가깝다.

유준상·안재욱 등 호화 캐스팅… 대본·무대 모두 새로 만들어

■ 재수출 노리는 '살인마 잭'

'햄릿'(월드버전), '삼총사'에 이어 국내 소개되는 체코 뮤지컬 '살인마 잭'은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버전으로 재창조됐다.

원작에서 남은 것은 음악과 회전무대 정도. 하지만 음악도 현지 유명 가수로 활동 중인 작곡가의 다른 앨범 수록곡을 추가하고 새롭게 편곡했다. 이번 작품은 따라서 체코와 우리가 공동으로 판권을 가진다.

작품은 1888년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만을 골라 잔인하게 살해한 잭 더 리퍼의 실화를 다룬 일종의 스릴러다. 원작은 3시간에 달하지만 국내 정서에 맞춰 뼈대만 남기고 밀도있게 다시 써서 2시간 20분으로 줄였다. 무대와 의상, 안무도 전부 새로 만들었는데, 19세기 말 런던을 재현한 사실적인 세트와 쇼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앙상블이 특히 돋보인다.

연출자 왕용범(35)씨는 "체코는 한국 뮤지컬을 인정한다. 그들은 본토 작품을 한국에서 다시 만들 때 기대를 많이 한다"면서 "원작 스태프들도 완성작에 흡족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유준상, 안재욱, 김원준, 김무열, 민영기, 최민철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유니버설아트센터 재개관작, 12월 13일까지. (02)764-7858

입시경쟁·시험지 유출 등 국내 교육 현실 반영 호평

■ 변신 거듭하는 '굿모닝 학교'

극단 학전의 고정 레퍼토리 뮤지컬 '모스키토'는 올해 '굿모닝 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모스키토'는 1997년 국내 초연한 록뮤지컬로, 독일 그립스극단의 작가 폴커 루드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작품. 김민기 학전 대표는 당시 국내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를 번안해 호평을 받으면서 세 차례 앙코르 공연을 가졌다.

'굿모닝 학교'는 여기서 음악만 재사용하고 나머지는 오늘날에 맞게 재구성했다. 고등학생이 정당을 만들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란 판단 하에 없애고, 대신 고입에 찌든 중학생들의 고민과 불만을 여실히 담았다. 입시 경쟁을 체감하는 나이가 낮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체벌을 대신한 상벌점제 '그린 마일리지' 제도, 사립 학원의 입시 컨설팅과 시험지 유출 사건 등이 그대로 극에 담겨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학교와 학원가에서 중3, 고1년생 1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신문, 책 등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결과다.

연출자 남동훈(40)씨는 "공연 후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청소년들에게서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 현실과 거리가 먼 부분을 수정해 나가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완벽한 우리 청소년 뮤지컬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반영에 그치지 않고, '모스키토'의 참신함이나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적나라함처럼 뚜렷한 포지션을 찾아야 할 듯.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12월 10일까지. (02)763-8233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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