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참사를 수사중인 경찰이 총기청소용 기름에서 발생한 유증기(油蒸氣)에 불꽃이 튀어 발화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7일 수사본부장을 김영식 부산경찰청 차장(경무관)으로 한 단계 격상하고 화재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3차 화재감식을 벌이고 사망자 10명에 대해 부검과 유전자 감식을 마쳤다. 또 주요 참고인인 사격장 업주 이모(64)씨와 관리인 최모(38)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폭발이 일어났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물질이 터졌는지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사격장의 유사 사례를 살피고 폭발 가능한 여러 상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해 실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사격장에서 총기 청소를 위해 사용한 기름이 내부의 더운 공기에 의해 증발하면서 전기합선이나 격발시 발생하는 불꽃, 또는 담뱃불 등에 의해 폭발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당초 폭발의 유력한 원인물질로 추정했던 버너용 가스통이 2차례의 정밀감식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른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이명호 생활질서계장은 "16일 오후 부산의 다른 실내사격장에서 잔류화약(화약재)을 수거해 불을 붙여본 결과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잔류화약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분석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국과수에 정밀 실험을 의뢰해 놓았다"면서 "유증기 등 다른 폭발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남아 유명 관광지에서 25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교포 김모(48)씨는 이날 본보에 이메일을 보내 "이곳에서도 실탄사격장에 화재가 발생한 적이 두 번 있었는데, 사격장 내 총기청소에 사용했던 기름이 (더운 날씨에) 유증기로 변한 상태에서 격발과정이나 총알이 철판 등에 맞아 생긴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사고 당일 갑작스런 추위가 닥쳐 환풍기를 가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데다, 직접적인 화인은 아니겠지만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난방기를 가동했다면 총기청소용 기름에서 휘발 성분이 분해돼 인화를 도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한국인 사망자 가운데 처음으로 이날 오전 10시 심길성씨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18일에는 이명숙씨의 장례가 예정돼 있다.
부산=목상균기자 sgok@hk.co.kr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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