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은 미 뉴욕 JFK공항 보안구역에서 먹고 자는 무국적자의 삶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한 중국인이 공항 터미널에 발이 묶인 채 살고 있다.
인권운동가 펑정후(馮正虎ㆍ55)씨는 4일부터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 보안구역에서 머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하이 경찰에 의해 중국 입국이 거절된 후, 2주 동안 공항의 도착 게이트와 입국심사대 사이를 오가며 사는 펑씨의 사연을 17일 소개했다.
펑씨는 2001년 불법 사업활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3년간 실형을 살았고 이후 석방된 후에도 철거민의 법정 변론에 나섰다 투옥된 전력을 지닌 사회운동가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펑씨는 이런 경력 탓에 여덟 차례나 귀국행 비행기 탑승이 거절됐고, 오기가 발동한 그는 결국 4일부터 항공사와 중국 당국에 '귀국'을 시켜달라며 아예 공항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펑씨는 영화와 달리 척박한 공항 생활을 견뎌야 한다. 그는 면세점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식수를 수돗물로 해결하고, 음식도 구입할 수 없어서 행인의 동정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펑씨는 "이런 식으로 일본에 묶여 있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굴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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