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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마르타와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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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마르타와 마리아

입력
2009.11.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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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 소녀'로 우리에게 알려진 베르메르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들이 '누가복음' 10장 38절에서 42절까지 단 몇 줄의 내용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바로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가 어느 마을을 지날 때였다. 마르타라는 여인이 자신의 집으로 그리스도를 모셨다.마르타는 그리스도를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마르타의 동생인 마리아는 언니를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그리스도의 발치에 앉아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이에 화가 난 마르타는 그리스도에게 일하지 않는 동생을 타일러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에게서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갖가지 신학적인 해석이 따라붙었다. 마르타와 마리아는 활동적인 삶과 명상적인 삶을 상징하는데 둘 다 중요하기에 상호 보완해야 한다는 것,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삶이 아닌 마리아가 택한 정신적인 세계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것 등등. 자매가 있는 집에는 어디나 마르타가 있고 마리아가 있다.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는 순간 세상의 마르타들이 떠올랐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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