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2일)이 코앞으로 다가 왔지만 국회의 예산 심의는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야당은 "4대강 사업 총액만 제출한 예산안으론 심사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정부ㆍ여당은 "야당이 정치공세로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하고 있다. 도대체 정부가 제출한 4대강 사업 예산안이 어떻게 만들어졌길래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17일 국회 국토해양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달 2일 국회에 제출한 2010년도 예산안에 '4대강 살리기 사업' 항목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고 기존의 '국가 하천 정비사업' 항목에 관련 예산을 포함시켰다. 당시 정부가 제출한 자료에는 하천별 사업비용이 들어 있지 않아 순수하게 4대강 살리기에 투입될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국토해양부가 이달 10일 보완해서 제출한 4대강 살리기 사업예산안은 지난 달 자료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우선 4대강 사업 국토해양부 소관 예산으로 총 3조5,000억원, 수자원공사 자체 예산으로 3조2,000억원이 각각 책정됐음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 농림부, 문화부 관련 사업예산 1조8,000억원을 더하면 4대강 사업 예산은 모두 8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자료는 공구별로 시설비, 설계감리비, 토지매입비 등의 총액도 추가했다.
논란의 초점은 이 정도 자료로 예산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지 여부다. 국토해양위원인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4대강 사업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사업은 보 설치와 하도준설, 자전거도로 건설 사업인데, 공구별로 '시설비'라는 포괄적 항목으로 총액만 나와 있으니 개별 사업의 필요성과 규모, 기대효과 등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번 4대강 사업 예산안은 국토해양부가 이미 제출한 다른 사업 예산안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가령 '주거실태조사' 예산안은 110억원이 소요되는 사업인데도 회의비, 인쇄비, 통신비, 인건비 등에 대한 산출 내역을 수량과 단가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자 정부는 금명간 세부 내역을 추가로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 심의를 위한 충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물론 정치적 공방으로 예산 심의를 늦추고 있는 여야 정당을 향한 비판도 적지 않다. 여야는 이날도 예산 심의 지연을 놓고 계속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세목을 트집잡아 4대강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목록만 있는 예산을 국회에 던져 놓고 어떻게 예산을 심사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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