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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배구 파행' 총재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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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배구 파행' 총재가 책임져야

입력
2009.11.1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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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 주전 리베로 한기호(23)는 경희대 3학년이었던 2007년 프로배구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홀어머니를 모셔야 했던 가정형편상 학업보다 취업이 중요했기 때문. 한국배구연맹 규정에 따르면 학교 허락이 있으면 3학년도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한기호 2년 후배 이효동(경희대)도 올해 가정형편상 드래프트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배구연맹은 지난 13일 드래프트에서 3학년을 배제했다. 신생팀 우리캐피탈이 대학 최고 거포인 한양대 3학년 박준범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프로 각 구단이 담합한 결과다.

이효동 등은 "왜 드래프트에 나가지 못하게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드래프트 파동의 원인이 된 박준범은 "나 때문에 친구들이 피해를 입어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래프트에 대해 배구연맹 관계자는 "원활하게 잘 끝난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무사태평이다.

드래프프 파동은 배구연맹의 원칙 없는 행정에서 비롯됐다. 프로 각 구단이 지난 6일 박준범을 지명하지 말자고 담합하자 배구연맹은 3학년을 드래프트에서 배제하도록 대학연맹을 설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연맹은 한양대에 "박준범이 드래프트에 나와도 좋다"고 말했고, 우리캐피탈은 박준범에게 "드래프트에 꼭 나오라"고 꼬드겼다.

우리캐피탈은 한국배구연맹 이동호 총재가 사장인 ㈜대우자동차판매 계열사. 지난해 5월 취임한 이동호 총재는 프로배구 발전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지만 겉과 속이 달랐던 연맹은 총재사(社) 이익을 지키려다 드래프트를 파국으로 몰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의 취업이 막힌 모 대학 감독은 "힘 있는 자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울컥했다. 박준범 아버지 박형용씨는 17일 "드래프트 파행에 대해 연맹이 사과는커녕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뺏은 연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는 악법을 지키고자 독이 든 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이동호 총재는 이익을 지키고자 규정을 저버렸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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