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3대 산유국 적도 기니의 산림경제부 장관인 테오도로 은게마 오비앙(38)은 일년에도 몇 차례씩 미국을 방문한다. 31년째 적도 기니를 통치하고 있는 은게마 오비앙 대통령의 큰 아들이자 후계자인 그는 부정축재를 통해 사들인 캘리포니아주 말리부 소재 3,500만달러짜리 저택에 머물며 고급 스포츠카와 보트 등을 수집한다. 하지만 그는 미국법상 입국이 불가능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그의 비리 내용을 상세히 담은 미 정부 문서를 공개하며 "해외 부패 관료에 비자를 발급할 수 없게 되어 있음에도 미 정부는 적도 기니에 매장된 지하자원에 눈이 멀어 오비앙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4년 외국 부패 관료들에 비자발급을 금하는 대통령령을 발효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석유 채굴권 확보를 위해 오비앙의 입국을 허용함으로써 적도 기니 지배층의 부패를 묵인하고 나아가 돕고 있는 셈이다.
NYT가 입수한 자료 중 2007년 9월 4일 법무부의 메모는 "오비앙의 재산은 부당 착취, 공금 횡령 등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그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재산을 미국 내로 빼돌렸다. 이 메모에 따르면 2005, 20006년 오비앙이 유령회사와 역외은행 등을 위해 미국에 들여온 자산만 최소 7,300만 달러에 이른다. 또 다른 문서에 의하면 그는 2005년께 미국 와코비아은행 등을 통해 약 3,380만 달러를 들여와 제트기 구입에 사용했다. 그의 재산 일부는 벌목에 부과하는 소위 '혁명 세금'인데 그는 세금을 기니 정부 대신 자신에게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이 오비앙의 부패에 눈을 감는 이유에 대해 적도 기니 주재 미 대사를 지낸 존 베넷은 "물론 석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적도 기니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40만 배럴로, 현재 엑손모빌, 헤스, 마라톤 등 미국 거대 석유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짐바브웨의 한 부패 관리의 입국이 금지된 예를 들며 "짐바브웨에도 석유가 있었다면 입국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도 기니의 운명은 1996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바뀌어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에서 2007년 사이 10배나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의 혜택은 오비앙 가문 등 일부 지배층에만 돌아갈 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4분의3 이상은(2006년 기준) 여전히 극빈층이며 유엔국제아동기금(UNICEF)은 적도 기니의 영사 사망률이 90년 10%에서 최근 12%로 도리어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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