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범 현대가가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의 계열사들을 되찾아오는 일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걱정도 동시에 생겨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조선 부문이 휘청거리면서 낭보가 '해피엔딩'만으로 끝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우려 시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유동성 확보. 현대중공업이 16일 공시를 통해 밝힌 현대오일뱅크 지분(70%)을 주당 1만5,000원에 인수하려면 2조5,732억원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등 오일뱅크 지분을 보유한 범 현대가의 공동 인수를 고려해도 2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현재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종합상사에 2,500억원을 투입할 경우, 3조원 가까운 유동성이 들어가는 셈이다.
둘째는 현대중공업 뿌리인 조선 분야가 수주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헤매고 있다는 것. 다행히 지난달 호주 고르곤 해양플랜트(20억6,000만달러) 수주와 9월 미국 GE와의 초대형 발전 플랜트(26억달러) 공동수주 등 플랜트 분야가 힘이 돼주고 있으나, 상선 부문에서 거의 주문이 없어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신규발주로 들어오는 현금이 크게 줄면서 작년말 2조4,000억원을 넘어섰던 현금성 자산은 8,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인수를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시너지 효과가 높은 현대건설 인수가 멀어지고 있다. 오일뱅크와 종합상사를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만한 '체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일부는 공감하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일뱅크와 종합상사 인수를 위해 이미 자금차입 외에도 보유 유가증권 매각을 통해 가용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수주가뭄에 따른 유동성 감소에 대해서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이미 50억달러 수주해, 당초 올해 목표치(58억4,000만달러)를 넘길 정도로 상황이 좋다는 것.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잇따른 '계열사 되찾기'와의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해명에도 일각에서는 '승자의 독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경기 회복이 계속 늦춰질 경우, 옛 계열사 인수가 현대중공업의 급격한 체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신용도와 내부 유동화 자산 등을 고려할 때 옛 계열사 인수가 새 도약의 청신호가 될 수 있지만, 시장상황이 워낙 불확실한 탓에 최근 잇따른 인수를 호재로만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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