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행세 사업가로부터 60여 차례"진정 접수… 檢 "2명 비위 상당 부분 확인 엄정처벌"
검찰 수사관들이 조직 폭력배 행세를 하는 사업가와 어울려 고급 룸살롱에서 수십 차례 공짜 술을 마시고 성 접대까지 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이 접수돼 검찰이 감찰 조사에 나섰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A씨와 B씨가 200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개인 사업가 C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N유흥주점에서 모두 60여 차례 걸쳐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진정이 지난 3월 대검 감찰부(부장 한승철)에 접수됐다. 검찰은 진정내용이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감찰 조사에 들어가, 최근 A, B씨의 비위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진정 내용 및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C씨는 2005년 6월부터 1주일에 한두 차례씩 N주점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주점 지배인과 종업원들 앞에서 "김태촌과 조양은이 내 선배이고, 양은이파 행동대장은 내 직계"라며 조폭들과의 친분을 항상 내세웠다. 또 변호사나 검찰 직원, 조폭 등을 대동하며 한번에 수백만원 어치의 매상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술값은 항상 외상으로 처리됐다. "나중에 한꺼번에 갚겠다"는 C씨의 위세에 눌려 주점 측은 별다른 항의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지난해 말까지 C씨가 지인들과 함께 '공짜 술'을 마신 횟수는 총 220여 차례. 액수로는 무려 4억5,000만원 어치에 달한다는 게 진정인의 주장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07년 7월부터 검찰 수사관 A, B씨가 동행했다는 점이다. 진정인은 "A씨와 B씨는 수십 차례 찾아와 성 접대를 받기도 했으며, 검찰 선후배 및 친구들까지 데려와 술을 마셨지만 술값을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주점이 정리한 장부에는 A, B씨가 지난해 말까지 62차례에 걸쳐 일행들과 함께 1억4,000여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C씨가 갚아야 할 외상값의 3분의 1은 이들에 대한 향응이었던 셈이다.
주점 측은 이들이 방문할 때마다 'A, B가 후배와 함께 온 날''A가 휴가 중에 온 날''B가 와서 먹은 날' 등과 같이 계산서 뒷면과 장부에 그날 그날의 정황을 상세히 적어놓기도 했다. 진정인 측은 "나중에라도 술값을 변제 받을 근거를 남기려고 기록을 했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부는 "검찰 직원이 연루된 이번 비위사건에 대해 규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과 검찰은 최근 진행된 C씨의 사기 및 공갈 혐의 수사에서 "일부 술값을 변제한 것으로 볼 때, 처음부터 술값을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결정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