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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웬 명함? 취직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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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웬 명함? 취직하려고요!

입력
2009.11.1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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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회사 취업을 준비 중인 A(27)씨는 취업 면접 때나 디자인 분야 종사자를 만날 때면 꼭 자신의 명함을 내민다. 취업 준비생이다 보니 직장명 대신 명함에는 '논술지도사 자격증 2급, K고등학교 논술교사, 컴퓨터그래픽스 운용기능사, 여성발전센터 디자인과정 수료, 사용프로그램: 포토샵 일러스트…'등 각종 자격과 경력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름도 자신이 직접 도안한 글씨체로 표기했다.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스펙'을 적어 넣은 취업용 명함이다.

그는 "어느 때라도 내 자신을 알릴 수 있고, 면접 때도 긴 이력서보다 깔끔하고 톡톡 튀는 명함 한 장이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명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함 덕분에 디자인 회사 몇 군데서 연락을 받기도 했다.

명함은 이제 더 이상 직장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명함'을 만들어 선배들에게 돌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한 명함제작업체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신이 취득한 각종 자격증을 넣은 명함을 제작해달라는 주문이 1주일에 5~6건 정도 들어온다. 디자인 전공자들은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을 넣어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명함업체 관계자도 "올해 들어 취업명함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명함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500장 기준, 1만2,000원에서 2만원 정도다. 최근 취업용 명함을 만든 정수민(28)씨는 "비슷비슷한 경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취업 면접 때뿐 아니라 선배나 지인들과의 만남에서도 요긴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취업용 명함의 효과를 두고서는 의견이 다소 갈린다. 장종육 한국외대 경력개발센터 과장은 "자신의 경력을 담은 명함을 놓고 가는 학생들을 보면 열정이 느껴지고, 담당자로서 아무래도 눈여겨보게 된다. 똑같은 조건의 학생을 기업에 추천할 경우, 명함을 놓고 간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한 기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명함의 경우 검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 신뢰도가 다소 떨어진다"며 "보여주기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실제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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