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국내 언론으로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듣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이 보도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사에는 '실망스럽다'는 기조가 우세했다.
WSJ은 이날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소개하면서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싱가포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국에서도 무역, 인권, 환경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있어서 진척보다 실망스런 결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데 이어 중국 등 에서도 별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싱가포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두 가지 주요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을 사례로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APEC 회의장에서 미얀마 군정의 테인 세인 총리와 합석, 10년 이상 가택연금을 당해온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석방을 요청했다. 그 동안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 군정 지도자를 직접 만나 현안을 논의한 전례가 없는 만큼, 이날의 '이벤트'에선 큰 성과를 예상할 만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기대와 달리 세인 총리에게서 수치 여사의 신변에 대한 어떤 언질도 받지 못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놓쳤다고 WSJ은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성과는 불투명했다. 미러 양국이 내달 5일 실효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신할 후속 협정 마련에 나선 가운데 양국 정상이 APEC에서 독대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눈에 띄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러시아 담당 마이클 맥파울은 WSJ에 "두 정상이 방문을 닫고 얘기를 나눴지만 해결된 것은 없다"며 "양측은 현재의 협정을 계속 연장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접한 반미 정서도 오바마 대통령을 힘들게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보호무역을 향한 각국 정상들의 비판을 마주해야 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을 '최초의 태평양 대통령'이라 칭하며 싱가포르 전통의상을 입고 APEC 정상들에게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미국의 무역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WP는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미국을 비판하는 등 여러 정상이 미국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