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에서 사업자금을 지원 받았던 한 중소기업이 그 자금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뒤 "어려운 중소기업을 도와 달라"며 경기신보에 5,000만원을 거꾸로 쾌척했다.
㈜청해명가는 16일 경기도청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와 박해진 경기신보 이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신보에 중소기업 지원자금 5,000만원을 기부했다. 몇몇 대기업들이 중앙 신용보증기관에 자금을 출연한 적은 있지만 청해명가처럼 중소기업이 지원자금을 낸 것은 이번이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수산물 가공ㆍ유통업체 청해명가는 대표이사 이무룡(37)씨가 2001년 설립했으나 사업초기 운영자금과 시스템 개발자금 등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이 많은데 시중은행들은 '재무재표'나 '담보' 등의 실적이 없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청해명가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신보에 도움을 청했고, 경기신보는 소상공인 지원자금 3,000만원을 지원하게 된 것.
이후 회사는 PDA를 이용한 전자경매시스템, 진공용기, 소포장 식품 등의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며 고속성장을 거듭, 이제는 수산식품 명품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2001년 직원 4명의 영세업체로 출발한 청해명가는 현재 직원 40여명, 연 매출 150억원에 이르는 어엿한 중소기업이 됐다. 내년에는 2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6년에는 경기신보가 제정한 '자랑스런 중소기업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내년 5월에는 현 공장 인근에 제2공장을 건립, 연 매출 450억 달러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출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적기에 큰 돈을 지원 받아 지금의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며 "그 당시 3,000만원은 담보나 신용력이 부족했던 우리 회사에게는 수 십억원의 가치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내놓는 돈은 적은 돈이지만 청해명가처럼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갖고도 창업 초기 운영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어려운 시기에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더 큰 손길을 내놓는 것은 사회 환원의 기본 개념"이라며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돼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이사는 서울 휘문고와 미국 테네시대 광고학과를 졸업한 후 (주)삼양상사 마케팅 이사로 일하다 2001년 청해명가를 창업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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