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표현의 자유는 단지 미국식 이상주의가 아니다.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통해야 하는 인간의 고유권리이다."
중국을 방문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상하이에서 보란 듯 인권을 거론했다. 인권 문제에 민감해하는 중국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가 아니라 상하이 대학생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상하이 과학기술관에서 열린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빠링허우(八十後)세대'중국 대학생 520명과의 '대화'에서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미국식 민주주의 정신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분간의 개막 연설에서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 정보를 얻는 자유, 정치활동 참여의 자유는 세계 만인의 권리"라며 "모든 이들은 이 같은 고유 권리를 지켜야 하며 그것은 미국이나 중국, 소수민족과 종교인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중국 티베트와 신장 등의 소수민족 문제를 겨냥한 듯 인권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후 1시간여 동안 계속된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는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열띤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미 워싱턴포스트는 대화에 참석했던 한 학생을 인용, "청중으로 선발된 대학생 대부분이 공산당원"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대학생은 중국 당국이 참여 학생들에게 사전 교육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미측은 이 대화의 TV 생중계를 요청했으나 실현되지 않았고 인터넷 문자중계만 허용됐다. 오바마 대통령 수행기자들도 현장취재를 하지 못하고 격리된 방에서 중계되는 대화를 시청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대학생들의 현장 질문들도 날카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참여자 및 인터넷 신청을 통해 선별된 질문 8개에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느냐 ▦누가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옷을 사주느냐 ▦한 자리에서 와인을 얼마나 마시느냐 ▦자녀들에게 컴퓨터 게임을 허용하느냐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그나마 노벨상 수상 배경을 묻는 질문이 돋보였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좋은 질문"이라며 "누구보다도 내 스스로 놀랐으며 과거 수상자들의 업적에 비하면 나는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국 대학생들은 또 방중 목적과 중미간 협력방안, 대만과의 양안(兩岸) 관계, 아프가니스탄 정책 등을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변했고 "알 카에다는 여전히 미국에 큰 위협"이라고 털어 놓았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정(韓正) 상하이시장과 오찬을 하면서 미국이 내년 상하이엑스포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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