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방부에서 국방부 당국자와 기자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는 지난 주 서해 대청도 인근 해역에서 벌어진 남북 해군 간 교전에 대한 명칭 문제였다. 합참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보고를 통해 처음으로 '대청해전'이란 표현을 썼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도 이번 교전을 대청해전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대청'이라는 지역명은 자연스럽다. 논점은 해전(海戰)이냐 교전(交戰)이냐에 모아졌다.
국방부는 "1,2차 연평해전의 표기를 원용하는 한편 해군의 사기를 높이고 해군의 승리를 평가하는 뜻에서"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교전 시간(2분) 등 구체적인 전황 규모가 과거 해전에 비해 너무 작아 해전 명칭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다에서 벌어진 전투이니 해전 명칭을 붙이는 데에 너무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소총 몇 발 주고 받은 해상 충돌'까지 모두 해전이라 부를 것인지를 생각하면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해군의 사기가 달렸다면 글자 한 자 양보 못할 일은 아니다.
다만 어느 사이엔가 해전은 자랑스럽고 교전은 부끄럽다는 이분법이 자리잡은 게 아닌지는 고민해볼 부분이다. 둘을 가르는 기준이 승리와 패배뿐이라면 더욱 안타깝다. 이런 인식 뒤에는 2002년 6월 우리측 피해가 컸던 2차 연평해전이 자리하고 있다. 1999년 1차 연평해전과 달리 이를 '서해교전'으로 명명했던 지난 정부, 이를 제대로 평가하겠다며 지난해 지금 이름으로 '격상'시킨 현 정부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교전 후 사진 공개 등의 홍보를 꺼리며 차분하게 대응하던 군이 돌연 '승리의 해전'을 명명한 게 의아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런 면에서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진성훈 정책사회부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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