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어제 '생활정치 현장 속으로'라는 구호 아래 민생버스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생활정치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첫 활동으로 충남 연기군을 찾아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어 오늘은 서울지역 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하는 등 현장을 찾아가는 생활정치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생활정치란 한 마디로 이념과 주의 등 공허한 거대담론을 지양하고 국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이슈들을 중시하는 정치다. 일본 민주당이 8ㆍ30총선에서 이를 표방해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지난 대선 패배 후 오랫동안 정체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온 민주당은 '뉴민주당 플랜'의 비전을 바로 여기서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정 대표는 지난 주 일본 민주당의 생활정치 성공사례를 배우기 위해 일본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생활정치가 또 다른 형태의 정치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으며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한다고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외쳐온 민생정치가 공허했던 것과 달리 생활정치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이슈를 다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민주당의 생활정치 시도를 의미 있는 일이라고 긍정 평가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그러나 생활정치가 국민들의 호응을 얻는 대안정치로 자리잡기까지에는 길이 멀다. 무엇보다 정당의 본령인 의정활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벌써부터 예산국회 한복판에 당력을 장외로 돌려 예산 심의가 소홀해지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생활정치 이슈는 결국 예산과 재정문제로 귀착된다. 예산 심의에 총력을 기울여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요소를 찾아내야만 국민 생활 향상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4대강과 세종시 문제의 집착은 또 하나의 거대담론이 돼 생활정치 취지에 반할 수 있다. 모처럼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는 민주당은 이런 지적을 흘려 듣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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