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상을 둘러싼 미ㆍ중간 기싸움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중국은 한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성의표시' 수준의 절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한 16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정부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줬다. 칸 총재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유발하는 중심에 있는 국가들은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역불균형 유발국가'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을 지칭한 것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란 곧 위안화 절상을 뜻한다. 칸 총재는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내수소비를 촉진하고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반드시 이뤄야 할 개혁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9월 무역적자는 10개월 만에 최대규모인 365억달러였다. 이중 중국에 대한 적자만 전달에 비해 9.2%나 증가한 221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야오지앤 중국 무역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위안화 절상 같은 요구는 세계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평하지 않다고 맞섰다. 앞서 도널드 창 홍콩 수반이나 리우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주석은 "미국이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신흥국에 자산거품이 발생하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은 2005년 7월부터 관리형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해 제한적 수준에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해 왔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위안화를 달러당 6.82위안 수준에서 사실상 '고정'해 두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우리나라 원화 등 다른 국가들의 통화는 급격한 평가 절하와 평가 절상을 차례로 겪었지만 위안화 환율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미ㆍ중이 불꽃 튀기는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제한된 수준에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3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위안화를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국제 자본 흐름과 주요 통화들을 감안해 환율체계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절상이 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전망.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중국 쪽 입장은 '중국 경제가 우선이다'는 것이므로 절상 폭은 성의 표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도 위안화가 중국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까지 절상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내년부터 연평균 5% 가량씩 위안화를 절상해 2015년이 되면 달러화와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이 상당기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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