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어도 피해자와 합의해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이 부분은 전자발찌 부착 여부의 판단 조건에선 제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 '전자발찌법'은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 '상습성'이 인정될 때에만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상습성의 판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자신의 친딸과 딸의 친구를 잇따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40)씨에게 전자발찌 부착명령 없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올해 1~2월 10대인 딸 B양 1회, 딸의 친구 C양 2회 등 총 3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C양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합의해 줘 C양 관련 범죄혐의 2건은 공소기각되고, B양에 대한 성폭행 1건만 유죄로 인정돼 1ㆍ2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청소년 강간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을 땐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일부 범죄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긴 했으나, A씨가 그 부분 성폭력 범죄를 범한 것은 명백하므로 2회 이상의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며 전자발찌 부착을 다시 청구하면서 상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회 이상의 성폭력 범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해 공소기각이 선고되면 이 부분에 대한 실체적 심리ㆍ판단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공소기각된 부분을 제외하고 나면 A씨가 성폭력 범죄를 2회 이상 범한 때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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