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는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영화 '솔로이스트'는 실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 스티브 로페즈(56)와 명문 줄리어드음악학교 출신의 노숙 음악가 너새니얼 앤소니 에이어즈(58)의 우정 이야기다.
에이어즈는 촉망받는 음악도였다. 그러나 줄리어드 2학년 때 정신분열증에 걸리면서 폐인이 된다. 로페즈는 4년 전 우연히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두 줄뿐인 바이올린을 켜는 에이어즈를 만났다. 30년 이상 노숙을 해온 그의 차림새는 지저분하고 말은 횡설수설이었지만, 연주는 놀라웠다. 로페즈는 그가 노숙자가 된 사연이 궁금해 취재를 시작했고, 그것을 칼럼으로 연재했다. 처음엔 좋은 기삿감으로만 여기지만,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에이어즈에게 감동해 친구가 된다. 에이어즈는 삶에 지쳐 있던 로페즈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영화는 극적인 장치나 과장 없이 실화의 감동을 충실히 전한다. 두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페즈 역)와 제이미 폭스(에이어즈 역)의 연기는 완벽하다. 스크린에는 에이어즈가 존경하는 베토벤의 음악이 흐른다. 데뷔작 '오만과 편견'으로 2006년 영국 아카데미 신인감독상, '어톤먼트'로 2008년 영국 아카데미와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영국 신예 조 라이트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로페즈의 칼럼은 에이어즈의 사연과 함께 노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전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오케스트라연맹은 이 영화의 미국 개봉을 한 달 앞둔 올해 3월 자선 콘서트를 열어 에이어즈와 같은 노숙자들에게 전달할 음식을 기부 받았다. 최소 160개 이상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이 행사는 미국 오케스트라 사상 초유의 전국 캠페인이었다. 에이어즈의 이름을 딴 재단도 설립돼 정신질환을 앓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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