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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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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마디

입력
2009.11.1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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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돌아 강진 어디쯤이었던가

청대 숲에 든 적이 있다.

그때, 그때였지

그대의 손마디와 내 손마디가 서로를

아슬하게 잡고 걸었던 오래된 길

손 잡고 걷는 길은 늘

한 사람의 마음을 접는 것이어서

마디마다 힘주어 산 저들의 속을 닮아

마음 주는 사람은 속이 궁글고

많은 가지 중 하나를 택해

중심을 잡는 저들 앞에 서서

내가 선택해 걸었던 길들을

되짚어본다.

한 번 금 가면

발끝까지 쪼개지는 마음과

휘지 않는 말들도

내 앞에 앉혀보는 저녁

끄끝내

당신의 손마디가 아프게 부푸는 밤이다.

● 누군가의 손을 잡고 절대로 넘어질 리 없는 넓은 대로를, 꿈결처럼 그저 발만 굴리면 언제까지라도 걸을 수 있는 공원길을 걸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나 혼자 갈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괜히 소리치던 날들도 있었죠.

여전히 혼자서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소리치진 않아요. 서른 살이 지나니까 말은 안 해도 다들 서로에게 서로가 혼자 가줬으면 하는 눈치더라구요. 그러다가 아슬아슬해져야 마지못해서 손을 내밀어 잡아주죠.

그건 눈물겨운 맞잡음이 아닐 수 없어요. 그렇게 비탈을 만나 걸어가는 길이 위태로울 때에만 겨우 서로 손을 내밀어 잡았더니,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손을 잡기만 하면 마음이 흔들흔들, 발길이 비틀비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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