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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장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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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장삿속

입력
2009.11.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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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남매 중의 막내로 자란 동료는 유독 먹을거리에 집착을 보인다. 형제들에 치여 늘 제몫을 찾아먹지 못한 것이 포한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애정 표현은 다름아닌 자신이 먹을 음식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처럼 음식점들의 변화를 빨리 눈치채는 이도 없을 것이다. 며칠 전 점심을 먹으러 간 음식점에서 밥 뚜껑을 열던 그가 말했다. "밥량이 줄었구만." 그러고 보니 예전과는 달리 밥을 슬슬 푼 듯했다.

가격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을 올릴 수는 없고 밥량이라도 줄여 손해를 줄여보려는 생각인 듯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후배와 밥 한 공기를 추가해 나누어 먹었다. 당연히 우리의 점심값은 인상되었다. 점심은 물론이고 일이 몰려 야근이라도 해야 할 땐 저녁까지 외식해야 하는 우리로선 회사 근처 음식점들의 음식맛은 물론이고 그 주인의 인심까지도 파악하게 된다.

양파 가격이 급상승하면 양파를 몇 조각밖에 내지 않는 중국집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양파가 급락하면 그만큼 양파도 후하게 낸다. 근처의 유명한 두부 요리집도 요새 대폭 밑반찬을 물갈이했다.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계란말이를 계란찜으로 바꾸고 두부의 크기도 예전 크기의 절반으로 줄였다. 지나다 들른 손님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단골이라면 금방 눈치채고도 남는다, 그들의 장삿속을.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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