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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전수천 '新 월인천강지곡'전 서울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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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전수천 '新 월인천강지곡'전 서울대미술관

입력
2009.11.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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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가 전수천(62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ㆍ사진)씨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는 작가다. 2005년 15량의 열차에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 천을 두른 채 미국 뉴욕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7박8일 동안 5,500㎞를 달렸던 '미 대륙 횡단 드로잉 열차' 프로젝트는 가장 압축적이면서도 가장 큰 스케일로 그의 지향을 드러냈다. 지난해 뉴욕 첼시의 비영리 전시공간 화이트박스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해외 활동에 집중하던 전씨가 오랜만에 국내에서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대미술관에서 12월 12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 제목은 '신(新) 월인천강지곡'. 전씨는 세종대왕의 '월인천강지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높이 1.5m, 직경 4.7m의 반구형 구조물을 미술관 정문 앞 공간에 설치했다. 구조물의 안팎에 붙은 1,000개의 거울이 사람과 주위 풍경을 비추고 있고, 구조물 주위 바닥에는 하얀 소금이 뿌려져 있다. 소금 위로는 관람객들이 가져다 놓은 책들이 쌓여가고 있다. 밤이 되면 개울에 비친 300개의 달이 반구 내부의 거울에 드리워진다. 전씨가 전국의 개울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각기 다른 달의 모습을 건물 천장에 투사시킨 것이다. 생명을 상징하는 소금과 지혜를 뜻하는 책,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달의 이미지와 모든 빛을 반사시키는 거울이 합쳐진 이 작품을 통해 전씨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전씨는 최근 2년간 '월인천강지곡'을 조형화하는 작업을 구상해왔다고 한다. "부처의 자비가 마치 1,000개의 강에 달이 비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의 '월인천강지곡'을 세종은 한글로 기록했죠. 이번 작업을 위해 무서울 만큼 캄캄한 밤에 개울에 비친 수많은 달을 촬영하면서, 세종이 그 달에 비친 서민들의 애환을 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민들 스스로 자신의 정서를 기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의 정신을 오늘날에 맞게 각색해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미술관 안에서는 길이 27m짜리 설치작 '선은 정지를 파괴한다'가 시선을 압도한다. 파란색 네온 조명 15개를 이어 공간을 길게 가로지르고 있는 이 작품은 고요하지만 강렬한 선의 힘을 입증한다. 그저 한 줄기의 빛으로 정지된 공간을 부각시키고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 작업은 전씨가 오랫동안 계속해온 공간과 선에 대한 실험의 하나이다. 푸른 선이 끝나는 지점에는 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선 드로잉 시리즈들이 걸려 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에 한국 미술을 알린 전씨는 "우리의 정서를 서사시적인 비주얼과 개념으로 조형화하기 위해 고민한다"면서 "'신 월인천강지곡'을 확대시켜 미국의 사막이나 유럽의 미술관 앞에서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02)880_9504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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