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부(CIA)와 국가정보국(DNI)의 파워게임에서 백악관이 CIA의 손을 들어줬다. 독자적인 해외 요원 파견을 추진하던 DNI의 움직임에 백악관이 CIA의 독점적 우위를 인정한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13일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 "정보 요원들을 해외 공관에 파견 하려 한 데니스 블레어 DNI 국장의 방침에 대해 백악관이 반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양 기관의 마찰은 5월 블레어 국장이 '각국 대사관에 DNI의 요원들을 독자적으로 파견하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하달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DNI는 해외 정보의 경우 CIA 요원들의 첩보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다음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해외 첩보는 여전히 CIA의 고유업무"라고 밝힘으로써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일단 백악관이 CIA의 독점적 정보 활동을 인정해 주면서 DNI의 정보요원 해외파견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DNI는 9ㆍ11 테러 이후 정보의 통합 관리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2005년에 신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전보장국(NSA) 등 미국 내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최고 정보기관으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DNI는 서류상 CIA의 상급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보 활동을 수행하지 못해 현장 주도권을 CIA에 빼앗기곤 했다. 특히 CIA가 고유의 해외지국 시스템을 통해 정보 수집, 해외 정보기관과의 공조 등 현안을 전담 처리하자 DNI는 위상 강화 방안을 골몰해 왔다. 하지만 마이크 맥코넬 전임 국장 시절에도 해외 직원 파견을 추진하다가 CIA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DNI의 시도는 번번히 좌절됐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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