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터널을 지났다. 죽령터널을 지날 때는 다른 터널을 지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목적지인 안동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끝날 듯 끝날 듯 계속 이어지는 터널 속을 달리고 있자면 '터널과도 같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이었습니다'라는 언제 읽었는지 누구의 글인지도 모르는 그 한 문장이 밑도 끝도 없이 떠오른다.
죽령터널은 4,600미터로 우리나라 도로 터널 중 가장 길다. 천공기의 굉음과 파편, 폭발과 앞이 보이지 않는 먼지. 걷는다면 종종걸음으로도 한 시간 이상이 걸릴 이 터널 공사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로움이 들어갔을까 경건해진다. 터널 개통으로 50분 거리의 길이 10분으로 단축되었다. 조도 낮은 터널을 차로 달려 터널 어디쯤을 통과할 때면 내비게이션이 코믹한 경북 사투리로 경계가 바뀌었음을 알려준다. 터널 속에서 충북과 경북의 경계를 넘는다.
죽령터널이 있는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문경새재를 넘는 더 먼 길이었다. 문경새재. 결혼 전 스승인 오규원 선생과 제자들이 함께 갔던 문경새재 그 마지막 여행이 떠오르며 코끝이 싸해진다. 터널 속 시간은 터널 밖의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반짝 저 끝에서 출구가 보인다. 이 고장 명물이기도 한 죽령터널, 2011년이면 최장 길이의 터널 자리를 배후령 터널에 내줘야 할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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