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구병 글ㆍ이담 그림/휴먼어린이 발행ㆍ60쪽ㆍ1만2,000원
1995년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귀농한 윤구병(66)씨.
전북 부안 구름뫼마을에 터를 잡은 그는 별과 달과 땅과 나무를 선생 삼은 대안교육 공동체 '변산공동체'를 만들었다. <당산 할매와 나> 는 이런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책 후기에서 그는 "나를 구름뫼마을에 붙들어 앉힌 분은 당산 할매였다"고 털어놓았다. 당산>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가 시멘트를 발라가며 오래된 나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래된 나무가 우리를 대대로 보호해 왔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 속의 당산 할매가 바로 그런 나무다.
구름뫼마을을 내다보는 곳에 묵묵히 자리한 이 늙은 나무는 마을을 지키고 삶의 지혜를 일러줬다. 그의 담담한 고백은 여느 생태동화보다 아릿하게 다가온다.
허리를 비틀며 올라간 나무의 둥치와 수많은 옹이 등을 세밀하게 표현한 삽화도 멋스럽다. 화가 이담(50)씨는 안료와 밀랍, 송진을 끓여 만든 왁스 페인트를 나무에 채색한 뒤 철필로 긁어내는 왁스 페인팅 기법을 사용했다. 톤 다운된 색감은 서정적 느낌을, 살아있는 한 획 한 획은 생동감을 더한다.
저자는 책의 결말에서 "할매, 저 가요. 다시 못 뵐지도 몰라요."(51쪽)라며 구름뫼마을을 떠난다. 그는 지금은 전북 위도의 10가구 남짓 되는 소리마을에서 또다른 '작은 혁명'을 꿈꾸고 있다. "곡식이 없어 가축도 기르지 못하는 가난한 이 마을에서 땅을 일구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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