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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러운 현실 널리 알린 부산 화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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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끄러운 현실 널리 알린 부산 화재 참사

입력
2009.11.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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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 부산에서 발생한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는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안전불감증을 새삼 드러냈다. 크지 않은 화재에 그토록 많은 인명이 희생된 경위가 아직 분명치 않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위험한 사격장의 안전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내사격장은 총기와 실탄을 다루는 곳인 만큼 사소한 부주의가 곧바로 인명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시설이다. 더욱이 화재나 폭발 위험이 높은 산업, 군용, 연구목적 특수시설들처럼 안전교육을 받은 인원만 출입하는 곳이 아니라 일반인이 제한 없이 이용하는 곳이다. 당연히 모든 위험에 대비해 다른 어떤 시설보다 허가와 안전기준이 엄격하고 까다로워야 한다.

그런데도 실내사격장의 시설ㆍ감독 기준은 오직 총기사고 예방과 소음방지에만 맞춰져 있고 화재에는 무방비 상태였다. 예를 들어 내벽의 두께나 방탄성 재질 규정 등은 있어도 내연, 내화에 대한 규정은 전무했다. 거의 밀실과 다름없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도록 시설기준을 만들어 놓고 화재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당국의 무신경과 무책임은 한심한 수준이다. 화재 1주일 전 소방 안전점검에서도 아무런 지적 사항이 없었다니, 도대체 안전기준과 점검 내용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국가기관과 지자체 등의 공무원들은 뭘 하는 사람들인지 새삼 묻게 된다. 대형 사고를 그토록 자주 겪으면서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똑같은 개탄과 충고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지 딱하다.

이번 참사는 특히 희생자 태반이 일본인 관광객들이란 점에서 더욱 부끄럽고 민망하다. 우리사회의 허술하고 취약한 근본을 드러내 보인 듯한 느낌이다. 애써 쌓아온 국가 이미지가 이런 원시적 사고 하나로 땅에 떨어지고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을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다. 사태수습 과정에서나마 더 이상 나라 체면을 훼손하지 않도록 희생자 유족 등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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