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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좋은 이별' 그모든 익숙한 것들과 제대로 이별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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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좋은 이별' 그모든 익숙한 것들과 제대로 이별하기 위해…

입력
2009.11.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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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지음/푸른숲 발행ㆍ264쪽ㆍ1만2,000원

'이별은 미의 창조 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 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한용운의 시 '이별은 미의 창조'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2006년 심리에세이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을 발표했던 소설가 김형경(49)씨. 한용운 시집을 뒤적이던 그에게 어느 날 이 시가 번쩍 눈에 띄었다. 김씨는 상실한 것, 이별한 것들에 대한 감정이 그 대상에 대한 이상화나 미화로 이어진다는 통찰을 이 짧은 시구 하나가 함축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요절한 천재시인이 장수한 천재시인보다 더 빛나고, 평소에 남대문이 거기 있다는 사실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이 남대문이 불타자마자 손에 꽃을 들고 긴 행렬을 이루는 것도 그런 이유다. 김씨에 따르면 상실한 것, 이별한 것에 대한 이 같은 미화나 이상화는 일종의 '애도행위'다. 애도행위란 쉽게 말하자면 '잘 슬퍼하기'다.

김씨는 새로 출간한 '이별'을 주제로 한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 에서 애도 개념을 설명한 뒤 실제 그것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고 또한 실생활에서 어떻게 그것을 실천할 것인가 조언한다. 애도 행위의 여러 양상을 동서고금의 문학ㆍ음악ㆍ영화 텍스트와 결합시킨다. 예컨대 '네모난 창으로 보이는 하늘이 곧 떨어져 나와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았다. 태양도 마찬가지였다'는 등의 이미지로 가득찬 르 클레지오의 소설 <조서> 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이별로 인한 공포ㆍ불안의 정서를 설명한다.

열다섯 살 소녀의 성적 몰두를 다룬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연인> 을 들여다보면서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야했던 작가의 이별 체험이 작품 속에서 '자기애'로 표현됨을 읽어낸다. 아버지 별세 소식을 듣고 고향 강릉으로 가는 길에 바닷가와 근교 산길을 헤매고 다녔던 자신의 경험 등을 털어놓으며 이별에 익숙해지는 법을 안내한다.

김씨는 "사랑의 대상뿐 아니라 과거의 자신, 내면 속의 부모 등 우리는 좀처럼 '떠나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며 "잘 이행하지 못했던 이별을 다시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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