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가자니가 지음ㆍ박인균 옮김/추수밭 발행ㆍ568쪽ㆍ1만3,000원
인간은 왜 특별한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왜 인간인가> (원제 ‘Human’)는 이 심각한 질문에 인지신경과학의 대가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답변이다. 지은이 마이클 가자니가(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지신경과학을 개척하고 이 분야의 성과를 인간의 윤리의식과 법 체계 연구로 확장한 석학이다. 왜>
그의 대답은 명쾌하다.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것과 ‘질적으로’ 다르며, 그것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이 책은 인지신경과학이 지난 100년간 발견한 주요 내용을 총망라해 설명한다. 뇌의 구조와 작동 체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뿐 아니라 사회활동, 윤리, 예술, 이원론적 사고, 의식 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의 생물학적 토대를 밝히고 있다.
‘인간의 고유성 뒤에 숨은 과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질문의 연속이다. 인간의 뇌는 어떻게 다른가? 침팬지는 인간의 사촌인가? 윤리의식은 날 때부터 프로그래밍되어 있는가? 이성적 사고는 언제 작용하는가? 동물에게도 도덕심이 있을까? 동물도 행동과 감정을 모방할까? 예술이란 무엇인가? 의식있는 기계가 가능한가? 이런 질문들을 실마리 삼아 인간의 고유성과 본질을 탐색하는 복잡한 미로를 솜씨좋게 헤쳐나간다. 덕분에 독자들은 뇌라는 아주 특별한 우주를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
책은 4부로 돼 있다. 1부 ‘인간, 그 최소한의 조건’에서는 인간 뇌의 구조적 특징을 설명하고 침팬지와 비교해 인간과 동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짚는다. 2부 ‘인간, 더불어 살기의 조건’은 인간 뇌의 고유한 특징이 인간의 사회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3부 ‘인간, 그 영광의 조건’은 예술, 이원론, 의식 등 인간만의 고도의 지적 활동이 어떻게 가능한지 밝힌다. 끝으로 4부 ‘인간, 그 한계를 넘어서’는 사이보그, 인공지능, 뇌 손상 치료와 신경 이식, 유전자 바꾸기 등 인지신경과학의 최신 성과를 소개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첨단과학을 다루고 있고 5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알기 쉽고 재미있다. 바로 옆에서 수다를 떨듯이 친근하면서도 위트 넘치게 썼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와 데이트하는 상황을 설정해 인간의 고유성을 한참 설명한 뒤 “내 데이트 상대는 호모 사피엔스로 해달라”고 너스레를 떤다든지, 파리도, 심지어 원생동물도 인간처럼 잠을 잔다는 사실에 “이런, 야단났군!” 이라고 호들갑을 피우는 등 익살 행진이 유쾌하다. 지은이는 왕성한 호기심과 진지한 탐구로 독자들을 전염시킨다. 읽는 동안 인간은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인간의 뇌는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고 감탄하게 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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