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동남아를 찾은 의료봉사단은 필리핀에서 코 위에 얼굴만한 크기의 혹이 있는 리젤 디아즈를 만났다. 생후 18개월 된 아이는 혹 때문에 씹고 삼키는 게 힘들어 물에 퉁퉁 분 라면만 먹었으며 숨 쉬기도 힘들어 했고 밤에도 눈을 뜬 채 잠을 잤다.
그런데도 엄마, 아빠는 콘크리트 공장의 작은 창고에서 여덟 식구가 사는 어려운 형편 탓에 아이의 수술은 꿈도 못 꾸었다. 현지 선교사의 도움으로 뒤늦게 병원을 찾았지만 아이와 엄마는 또 다시 충격을 받는다.
이마의 뼈 일부가 형성되지 않아 뇌와 뇌 척수액이 흘러나왔고 이 때문에 이마에서도 혹이 자라고 있었던 것.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현지 병원에서는 수술이 힘들자 리젤은 선교사와 교회의 도움으로 한국 행 비행기에 오른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씨응 이(8), 옷 쏙미언(5) 등 캄보디아 어린이 두 명도 한국으로 함께 초청됐다.
16일 오후 6시 50분 MBC '닥터스'는 희망을 안고 한국을 찾은 세 아이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프로그램은 망막아세포종(망막아세포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는 가희(17)의 사연도 함께 전한다. 생후 3개월 때 시작된 이 고약한 병 때문에 가희는 수술을 받고도 눈 전체에 종양이 퍼져 오른쪽 안구를 적출해야 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지만 가희는 거울 보기가 무섭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보다 가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어릴 적 아빠와 헤어진 뒤 2003년 엄마가 유방암 수술을 받는 바람에 가희는 강원도의 한 시각장애인 시설로, 3살 터울인 남동생은 외삼촌댁으로 보내졌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는 화가가 돼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 함께 살고 싶다는 가희. 1999년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가희가 수술을 통해 잃어버린 눈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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