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운영되는 영국 국영방송 BBC의 중역들이 특급 호텔비와 항공료를 회사에 떠넘기고, 37명의 간부는 고든 브라운 총리(연봉 3억8,000만원)보다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BBC가 13일 공개한 연간 경비지출내용 보고서(2009년 6월 기준)에 따르면 마크 톰슨 BBC 사장의 연봉은 83만4,000파운드(한화 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 일간 더 타임스는 톰슨 사장을 포함해 BBC 고위 경영자 107명이 매년 2,200만 파운드(424억원)의 연봉을 챙겼으며, 중간급 간부 300여명의 연봉도 10만 파운드(1억9,000만원)를 훌쩍 넘겼다고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이들 10만 파운드 이상 고액 연봉자 중 150여명은 급여에 걸맞은 일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가디언에 따르면 톰슨 사장은 고작 90파운드(17만3,000원)의 주차비용을 돌려달라고 회사에 요청하는 등 BBC 간부들의 회삿돈 낭비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연간지출내용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중역들이 특급호텔 숙박비, 등산장비 구입, 안부인사 카드에 이르는 다양한 품목 지출비로 3억3,700만원을 쓰고 이를 회사에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톰슨 사장은 미 라스베이거스의 벨라지오 호텔(영화 '오션스 일레븐'의 촬영지) 이틀 치 숙박료 647파운드(124만7,000원)를 포함해 3,364파운드(648만원)를 돌려달라고 회사에 손을 내밀었다. 라디오1 채널 운영자로 연봉 21만8,000파운드(4억2,000만원)을 받는 앤디 파핏은 킬리만자로 등산에 필요한 장비 구입비 541파운드(104만원)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는 BBC가 회사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훔쳐가고 있다"며 BBC와 대립각을 세워온 루퍼트 머독의 더 타임스가 BBC 중역들의 이 같은'국민 혈세 빼먹기'뉴스를 터트린 만큼 두 대형 언론사의 기 싸움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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