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패션'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그린 패션'의 선두 주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 '룸스테이트'의 설립자 스콧 맥킨레이 한(39)이 1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패션협회 주관으로 열린 '2회 글로벌 패션 포럼'에서 '그린, 글로벌,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그린 패션'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한은 강연에서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지금, 무엇을 입느냐는 것은 단순한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공동 번영이라는 가치의 확산에 참여하는 행위"라며 "그린 패션은 향후 패션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룸스테이트는 한과 로건 그레고리가 2004년 공동 창업한 브랜드다. 연간 매출액 150억원 내외의 작은 회사이지만 100% 유기농 인증 코튼과 공정무역을 통한 원자재를 사용하고, 농가와 기업의 유기적 관계 개선을 추구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청바지 제조 과정에 얽힌 불공정한 자유무역 구조를 파헤쳐 화제가 된 책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레이첼 루이즈 스나이더 저)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루진,>
한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진보적인 실천 방안은 가장 전통적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소 모순된 표현이지만 유기농을 이용하고, 햇볕을 통해 자연 건조하며, 품질을 개선해 보다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전통적 방식을 현대화하는 노력이 기술적 진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룸스테이트를 처음 내놓았던 2004년 당시에는 유기농 코튼 샘플을 갖고 있는 원단 업체가 없어 터키의 농민들을 설득해 재배토록 해야 했다"며 "불과 5년 만에 지금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원하는 유기농 코튼의 샘플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그린 패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유기농 재배에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린 패션이 이윤의 극대화라는 기업 논리와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갭, 아베크롬비앤피치 등 유명 브랜드가 이미 우리 제품을 카피하고 있고 미국 유통 2위 업체인 타겟, 럭셔리 패션 백화점인 노드스톰과 바니스뉴욕 등이 룸스테이트와의 협업을 통해 그린 패션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에 나서고 있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한은 "그린 패션을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ㆍ그린 패션의 빛을 바래게 한다는 뜻)은 미래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기회를 보지 못한 탓"이라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춘 업체만이 앞으로의 패션 비즈니스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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