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외환위기 직후 외국자본에 넘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10년 만에 되찾을 길이열렸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1대 주주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 IPIC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국제 중재에서 승소, IPIC의 보유지분(70%)을 사들일 수 있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중재재판소(ICC)는 13일 현대중공업이 IPIC측을 상대로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전량에 대한 주식매입권리를 행사하겠다며 제소한 국제 중재에서 "IPIC가 2003년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주주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IPIC측에 보유지분 70%를 시장가격의 75%로 현대중공업 측에 넘기도록 판정했다. 현대중공업이 IPIC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 현대오일뱅크 지분율은 89.97%로 높아진다.
현대중공업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에 외국자본을 유치하면서 IPIC에 지분 50%를 매각했다. 또 2002년 현대오일뱅크가 자금난을 겪어 IPIC가 단독으로 4억5,000만달러를 지원하자, 현대중공업은 2003년 IPIC에 독점배당권리를 부여함으로써 2억달러를 보전하기로 하고 그전까지는 경영권 행사도 포기하기로 계약했다.
이 계약에는 IPIC가 현대중공업 보유지분 중 최대 20%를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포함돼있어, IPIC는 2006년 지분 20%를 추가로 확보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2007년 IPIC가 고의로 배당을 받아가지 않고 현대오일뱅크 매각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IPIC가 고의로 경영권 행사에서 배제시킨 상태에서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을 들어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대한 계약 위반 시 상대방에게 지분 전량을 시장가격의 75%에 매각하도록 하는 '강제 매각' 조항이 있는 2003년 당시 계약을 근거로, 지난해 3월 IPIC측에 주식매입권리 행사를 통보했다. ICC의 이번 판정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찾게 됐다.
관건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IPIC의 보유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인수로 인해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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