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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라 체면 깎는 택시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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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라 체면 깎는 택시 횡포

입력
2009.11.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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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청으로 한국에 온 외국 공무원을 만났더니 "한국은 자정이 지나면 택시 값이 많이 비싸지느냐"고 물었다. 심야 할증이 있어 자정 이후에는 20% 정도 더 낸다고 하니 그 분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울 동대문 쇼핑가를 구경하고 서대문까지 4 명이 택시를 탔는데 1인당 만원씩 냈다는 것이다. 7천원쯤 나올 거리에 4만원을 낸 것이다. 정부가 수천 만원 비용을 들여 초청한 외국 공무원 20명이 친한파는 고사하고 혐한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국인에 부당요금 일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외국학자를 초청하고 인천공항과 송도 사이의 택시 값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 값으로 15만원을 냈다고 했다. 인천공항과 송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가 개통 된 후의 일이다. 존경 받는 학자가 거짓말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해 15만원을 드렸다. 그 분이 인천대교 통행료가 매우 비싼 것으로 오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외국인 상대 택시의 횡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과거에 비해 외국인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경제난의 여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마냥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G20 정상회담 등 큰 행사를 앞두고 국격을 높이자는 마당에 낯 뜨거운 행태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당요금 징수 등 택시의 횡포를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방교육과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지만, 마음씨 나쁜 택시기사들의 횡포에 물정 어두운 외국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피해를 당한 외국인들이 사후에라도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돕고, 부당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요즘 무료통역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표지를 붙인 택시가 많다. 그러나 외국인 여행객은 대부분 휴대전화가 없다. 택시기사가 신고하라고 선뜻 전화기를 빌려 줄 리도 없다. 그러니 외국인 승객이 차량정보와 신고번호를 쉽게 기억하거나 메모했다가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차량정보가 적힌 택시등록증이 한글로만 되어 있는데다, 조수석 앞쪽에 붙어 있어 뒷좌석의 외국인 승객은 알아보기 어려운 점이다.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한문과 영문으로도 안내하고, 뒷좌석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조수석 뒤에 붙여야 한다. 부당행위 신고 안내문과 차량번호 등을 적은 명함을 조수석 뒤에 비치하도록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요금이 많이 나오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 사례들처럼 미터기와 무관하게 바가지 요금을 받는 악질적인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미터기 대로만 요금을 내면 된다고 안내하는 설명문을 붙여 놓을 필요가 있다. 통행료를 핑계 삼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통행료 영수증을 승객에게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도 좋겠다. 통행료를 아예 미터기에 반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위반 신고 손쉽게 개선을

택시 횡포를 신고하더라도 가벼운 행정처벌에 그친다면 근절이 어려울 것이다. 외국인을 상대로 부당행위를 하는 택시기사는 특히 엄하게 처벌하도록 못박을 필요가 있다. 나라 체면도 문제지만, 여러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을 노린 부당ㆍ 불법행위를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법 원칙과도 어울린다.

대다수 선량한 택시기사들은 외국인을 더욱 친절하게 대하고 있다. 소수의 나쁜 이들 때문에 전체 택시와 대한민국이 망신당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감독 당국의 적극적 조치와 함께 택시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신고 콜센터는 120, 외국인을 위한 글로벌 콜센터 번호는 1688-0120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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