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을 유치하겠다며 각종 유인책을 내걸면서, 정작 기업인들 목소리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니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최근 정부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 참여할 민간위원 16명을 확정하며 기업인, 혹은 재계 또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세종시 논란과 관련, 여론 수렴 및 대안 모색 등을 위해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짧은 기간 동안 지역별 안배와 전문 분야 등을 모두 고려, 이 정도 구색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는 점에선 점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밝힌 대로 세종시가 자족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땅값을 파격적인 수준으로 깎아주고, 법인세와 소득세도 낮춰 주겠다며 기업에게 화끈한 당근을 제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러브콜'을 남발하는 정부가 세종시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다시 그릴 민관합동위원회에 기업인을 아예 배제시킨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칫 기업의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고, 관(官)이 정하면 민간은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권위주의 발상이란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정치권을 통해 몇몇 기업이 세종시로 옮기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기업들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 하기에 바쁘다. 한 기업은 "확정된 기업이 있다면 당당히 이름을 밝히면 될 터인데 마치 다른 기업들도 빨리 세종시로 옮긴다는 발표를 하라고 종용하는 듯한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는 "더 이상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방식이 통하는 시대도 아니고, 정치적 문제에 자꾸 경제를 끌어들이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기업들 의견부터 수렴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산업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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