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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울, 북촌에서' 발로, 눈으로 밟으며 북촌의 흔적을 더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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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서울, 북촌에서' 발로, 눈으로 밟으며 북촌의 흔적을 더듬다

입력
2009.11.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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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ㆍ하지권 지음/민음인 발행ㆍ440쪽ㆍ1만8,000원

이제 수변공원이 된 청계천은 본래 서에서 동으로 흐르며 서울 도성 안을 남과 북으로 나누는 역할을 했다.

개천의 북쪽, 그러니까 경복궁과 북악산과 창덕궁으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지체 높은 반갓집이 모여 있었다.

지번도는 삼청, 사간, 송현, 가회, 소격, 재, 화, 계 등 어엿한 이름으로 이 공간을 구획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이곳을 뭉뚱그려 북촌(北村)이라 이른다.

일간지 기자로 오래 일한 김유경씨와 잡지사, 출판사에서 오래 사진을 찍은 하지권씨가 <서울, 북촌에서> 라는 책을 함께 지었다.

처음엔 의심쩍은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채도와 명도를 적당히 보정한 풍경사진에다 역시나 적당한 감상을 글로 쳐 책이라 묶은 것들이 하도 많이 나오기 때문.

하지만 곧 책에 묻힌 만만찮은 공력이 눈에 띄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지은이가 직접 취재한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빚은 것인 듯했다.

"송 선생의 70년 된 안국동 집은 45평 대지에 방이 다섯 개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한옥이다. '전에는 하루 연탄 스물여덟 개를 갈았는데 지금은 도시가스를 들여 난방합니다. 춘양목 대들보는 내가 닦아서 늘 반짝반짝하게 하고, 이불 홑청 풀 먹일 때 잣 서너 알 갈아 넣어서…' 번역 원고를 가지고 복사집에 나들이 가는 점잖은 노신사를 이 근처에서 만난다면, 그분이 송 선생이다."(61쪽)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 서울 토박이인 원로 법학자 고 최태영, 조선의 마지막 국모(순정효황후)의 후손 윤흥로씨 등으로부터 직접 듣는 북촌의 이야기가 책 속에 가득하다.

그 가운데는 공병대를 동원해 터를 다진 삼청각 건축의 뒷이야기, 대한제국 황실 유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된 사연 등 새롭게 발굴된 것들도 있다. 김씨의 글과 하씨의 사진이 갈마들며 북촌의 이야기 타래를 구수하게 풀어낸다.

북촌을 발로, 눈으로 밟으며 만든 책이라 옛것에 대한 애틋함이 절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은이들의 시선은 복고의 틀에 갇혀있지 않다.

이들은 문화의 권력화에 염증을 느낀 예술가들이 모여 북촌을 대안문화의 공간으로 꾸려가는 것도, 북촌으로 발걸음한 젊은 나들이객들도 미쁘게 바라본다.

"북쪽의 오래된 동네를 지나는 일은 휴식이자 서울 생활의 일부였다. 길을 걷고 골동가게와 화랑 등을 기웃거리는 시간은 말할 수 없이 편안하고 좋았다. 그것은 신비할 정도의 치유 능력을 가진 휴식이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 하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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