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이 양국간 갈등을 빚어온 주일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재검토해 조기에 결론내기로 합의한지 하룻만에 엇박자를 내 정상회담 합의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13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沖繩)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와 관련해 "작업 그룹을 설치해 되도록 이른 시기에 해결하겠다"며 "미일 합의를 존중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오키나와의 기대도 높아 곤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존 미일 합의를 재검토하겠다"며 "작업을 신속하게 끝내고 싶다"고 말해 재검토 후 조기결론 원칙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날 아시아정책 연설에서 "양국 정부의 오키나와 주둔 미군 재편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공동의 작업그룹을 통해 신속하게 논의를 진행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일본측에서 외무ㆍ방위장관 등이, 미국측에서는 주일 대사와 국방부 차관이 참가하는 장관급 작업 그룹의 설치 목적을 약간의 조정을 동반한 "기존 합의 이행"으로 이해한다는 의미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에 대해 14일 아시아태평양공동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 중인 싱가포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이야 미일 합의를 전제로 해 결론을 내고 싶겠지만 그렇게 답이 정해진 것이라면 작업 그룹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며 기존 합의에 구애되지 않는 백지상태 재검토를 강조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조기 결론의 시기와 관련해서도 "연말까지 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니다"며 후텐마 비행장이 옮겨가기로 한 나고(名護)시의 "(내년 초)시장 선거 결과를 보고 방향을 정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일미군기지 이전 재검토를 표방해온 하토야마 새 정부 출범 이후 미일 양국은 미 해병대 주둔 후텐마 기지 문제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1996년 자민당 정권과 합의한 미군 슈왑 캠프 연안 이전을 예정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이전 등 전체 주일미군 재편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주일 미군 주둔이 집중된 오키나와 주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현외 이전까지 포함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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