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과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각각 중국 러시아 대사에 내정한 데는 4강 외교에서 균형을 회복해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측근만 계속 쓰는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중국대사 교체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현 신정승 대사는 지난해 4월 임명돼 1년 반 정도밖에 근무하지 않았다. 통상 대사 임기가 3년인 데 비춰보면 조기 교체인 셈이다. 게다가 후임에 외교관 출신이 아닌 대통령 핵심 측근인 류 전 실장이 내정됐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중관계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불안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우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한다"는 중국측 불만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이 대통령 방중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 발언으로 삐걱거리기도 했고, 지난 9월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의 방북 내용 확인을 두고도 한중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 당국자도 이번 인사에 대해 "보다 긴밀한 한중관계를 위해 중량급 고위 인사를 보내면 중국 정부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중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급으로 격상되기는 했지만 한미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중국 측에서 중량급 인사를 원했고 그래서 류 전 실장이 낙점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이 전 장관이 러시아대사에 내정됨으로써 미국(한덕수), 일본(권철현) 등 4강 대사가 모두 직업 외교관이 아닌 중량급 외부 인사로 채워지게 됐다. 그러나 류 전 실장과 이 전 장관 모두 현지어에 능통하지 않고, 주재국과 깊은 인연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
한편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의 미래기획위원장 임명,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통령 경제특보 복귀 등 'MB맨들의 귀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류 전 실장이 중국대사로 나가는 부분도 주목된다. 측근은 잊지 않고 챙기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