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야권 대주주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민주당에는 '과감한 변화'를 내세운 정세균 대표와 '칩거 정치'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포진하고 있다. 당 밖에는 잠재적 파괴력을 갖고 복당을 기다리는 정동영 의원, 독자세력화에 나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친노신당 추진 세력 등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외형적 보폭을 가장 넓히고 있는 주자는 정 대표다. 그는 10월 재보선 직후 '과감한 변화'를 주장한 데 이어 연일 '정세균 색깔'을 제시하고 있다. 15일에는 "우리 민주당은 너무 소심하고 과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과감한 변화 차원에서 아동 등에 대한 복지 정책을 확실히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정세균표 민주당'부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봉하마을 방문 등을 통해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계승하는 정당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10월 재보선에서 주가를 올린 손 전 대표는 다시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는 야권 관계자들은 요즘 손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춘천을 찾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일단 '은둔의 정치'를 지속하면서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존재감을 확인시킨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당내에 뿌리가 약한 현실을 감안해 대중적 지지도 확인을 통해 여의도 복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원의 경우 '무소속'이라는 꼬리표를 언제 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내 복당설이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복당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당내 지분이 만만찮은 그의 복귀는 민주당의 역학구도 변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은 최근 일본에서 정 대표와 '포스트 DJ'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서울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 전장관의 국민참여당 입당 후 당원 수가 증가하는 등 '유시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친노 세력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에는 유 전 장관 외에 대중성을 확보한 인사가 별로 없다. 때문에 국민참여당은 세력을 확대하지 못할 경우 '야권분열'을 조장했다는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
야권의 다양한 세력들은 경쟁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순차적으로 통합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노신당의 경우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연합공천 등을 모색하되 대선 과정에서 야권 통합을 타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친노 신당파로 구성된 국민참여당은 15일 당원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을 가졌다.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역 정치권을 독점하고 있는 무능하고 구태에 젖은 기득권 세력을 교체할 수 있도록 참신한 인재를 공천할 것"이라며 통합보다는 독자 생존에 무게를 실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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