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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낳기, 말보다 일터 보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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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낳기, 말보다 일터 보장이 우선이다"

입력
2009.11.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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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제한을 했던 때가 겨우 반세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출산장려 시대가 되었다. 나라의 운명도 세월 따라 변하는 모양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인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9명을 기록하며 최근 4년째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로 경제는 추락하고 국가 경쟁력은 퇴보를 불러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요즘 저출산의 근본원인은 경제적인 부분과 삶의 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가히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은 18조7,230억 원이었다. 가구당 평균 112만2,000원으로 전체 교육비 238만7,300원의 47%로 거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편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 부가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 규모도 전체 노동자의 33%에 이른다.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를 두셋 더 낳아서 키울 수 있겠으며, 또한 그 누가 나서서 감히 출산 장려를 권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모든 실정을 감안할 때, '아이를 많이 낳자'는 단순한 생색내기와 형식적인 전시행정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방법은 오직 단 한 가지다. 국가와 사회지도층이 적극 나서서 제도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출산이 가정에 부담이 되지 않고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근원적인 처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길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일터와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가 제공 되는 것뿐이다.

맹자는 '아녀자들이 누에를 치면 늙은이들이 비단을 입고, 남정네들이 농사를 짓는다면 여덟 식구가 굶주리지 않는다'하여 항산(恒産)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항산이란 한 가정이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일정한 기본재산 또는 생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와 가정이 건강하게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항산이 보장돼야 한다.

올바른 정치로 인하여 국민들이 항산이 있고, 씀씀이가 이로우며, 삶의 여유가 생기고 편안해진다면 자연스레 출산율의 문제도 해결 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부모가 부모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는 한 모래 위에 궁궐을 짓는 것과 같다. 내가 살아가는 것은 부모로부터 낳아주심에 의해 인생의 고락을 모두 거쳐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어찌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만이 삶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삶이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윤택한 삶을 위하여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것인가? 이처럼 자신의 얕은 생각으로 아이의 출산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부모로서 해서는 안 되는 도리이다.

앞으로 나라와 가정이 편안해지고 부모는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여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져 천지가 활발하게 번창하기를 기대해본다.

홍완표 충남기업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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