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뿐 아니라 은행권에도 '큰 M&A장'이 서게 됐다. 하지만 '큰 손'없이 썰렁한 기업 M&A시장과는 달리, 은행권은 강력한 인수 희망자들이 많아 치열한 한판승부와 대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매각대상이 될 곳은 론스타가 매각의향을 공식화한 외환은행과 내년부터 민영화 절차가 본격화될 우리금융 등 두 곳이다.
그리고 인수희망을 가장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곳은 KB국민지주와 하나금융지주다. 이밖에 산은금융지주와 농협도 '짝짓기'시나리오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KB금융지주다. 강정원 지주회장 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나서 "적극적인 M&A를 추진해 미래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불을 지핀 상황. KB금융은 이미 올 초 1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놓은 데 이어, 필요할 경우 추가자금을 마련한다는 '머니플랜'까지 세워놓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공식적으론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말하지만, 내심 우리금융인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4대 은행 중 자산규모가 가장 작아 '규모의 경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은 '가상 시나리오'수준이지만, 'KB+외환''하나+우리'의 짝짓기가 완성된다면 은행권은 지금과는 완전히 판이한 구도가 될 전망이다.
산은금융지주도 변수다. 민유성 지주회장이 "국내은행 보다는 해외은행 인수관심이 많다"고 말했지만, 산은지주는 여전히 앞으로 전개될 M&A전쟁에서 무시 못할 변수다.
해외M&A는 별개로 하더라도 어차피 국내영업기반을 갖추려면 몸집 불리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산은지주 자체가 민영화대상인 만큼, 정부의지와 상황변화에 따라 M&A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각에선 신용사업분리 후 금융지주형태로 탈바꿈할 농협의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모 지주사 경영전략팀 관계자는 "일단 가장 임박한 것은 외환은행 인수이고 그 결과에 따라 은행권 질서재편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2년 후에는 현재 4대 은행 구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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