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심의규정 위반 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제재조치 중 하나인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에 대해, 법원이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경구)는 13일 MBC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방통위 제재의 근거가 된 방송법 제100조 1항 1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이 해당 조항을 위헌이라 판단한 이유는 '강요된 사과'를 강제로 널리 알리게 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 조치는 행정기관이 신념에 반하는 윤리적 판단 형성을 강요하고 그것을 외부에 표시하기를 명령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인간 양심의 왜곡ㆍ굴절이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 형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직접 사과 대신 '사과 명령을 받았다'는 내용을 방송하게 하는 것으로도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사과를 할지 말지는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는 의미다.
앞서 MBC 시사프로그램 '뉴스 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디어법 개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를 집중 편성했고, 방통위는 올해 4월 뉴스 후가 방송심의규정상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시청자에 대해 사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편, 과거 헌재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이번에 위헌심판제청을 한 행정법원 재판부와 같은 논리로 위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1991년 동아일보사가 "민법상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에 사과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당시 헌재의 판단 근거 역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과를 명령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통상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건에서 위헌 결정이 나는 비율(약 30%)은 일반 헌법소원 사건의 위헌 결정 비율(약 1%)보다 월등히 높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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