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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서울다운 서울

입력
2009.11.1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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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이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맘때는 흔히 쓸쓸한 느낌이 들지만, 오래된 서울 거리를 걸으면서 서울다운 서울이 점차 사라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계절 탓 일까.

서울은 역사와 전통이 어린 경관과 문화유산을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보존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고, 청계천 복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남산과 한강의 옛 모습을 되찾고 새롭게 꾸미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북촌과 남산의 한옥마을에 이어 올해는 광화문 광장이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다양한 보존ㆍ개발 계획이 완성되면 서울은 더욱 아름답고 운치 있는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훌륭한 결실을 얻으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보존과 개발의 균형이 잡힌 '지속 가능한'도시 보존 정책을 펴야 한다. 서울을 서울답게 하는 자연 경관과 문화유산을 지키면서 시대 변화에 따른 필요에 알맞게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은 런던 파리 모스크바와 같은 유서 깊은 수도들이 그렇듯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어서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이루기가 특히 어렵다. 나라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도시로 보존해야 할 자산이 많은 동시에, 한정된 땅의 가치가 아주 높아 늘 개발 욕구의 대상이 된다.

얼마 전 한국일보를 읽다가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독일 속담을 떠올렸다. 북촌 한옥마을이 부자들의 별장 동네로 변했다고 한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 시민들과 한옥을 사랑하는 외국인까지 한옥을 보존하자고 외친다. 그런데 정작 북촌과 주변 한옥을 돈 많은 이들이 사들여 겉만 한옥으로 남겨둔 채 속은 최신식 양옥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한옥을 사랑하기보다 재산가치 상승을 노린 이들도 많은 듯하다.

개인과 사회의 이익은 음양의 관계처럼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는 관계이다. 그렇게 이익이 맞부딪치는 사이에서 균형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게 곧 정치의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상징물이 모여 있는 수도 서울의 보존과 개발은 서울 시민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워싱턴과 파리의 경우를 참고할 만하다. 워싱턴 시와 교외를 포괄하는 워싱턴 D.C(Washinton, District of Columbia)의 도시 계획은 '국가수도계획위원회'가 담당한다. 워싱턴시, 국회, 대통령이 나눠 지명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워싱턴의 수많은 국가 기념물과 상징을 보존ㆍ 관리하는 큰 틀의 지침을 결정한다. 수도의 보존과 개발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수도 파리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2007년 저명한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파리와 교외를 포괄한 '큰 파리'의 도시 계획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다. 여러 행정구역 사이의 이해 조정과 협력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 계획은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파리 중심지보다 인구가 많은 교외 지역의 주택, 교통,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둔다.

워싱턴과 파리에서 보듯, 수도 서울의 보존과 개발을 국가적ㆍ사회적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개인의 이익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 서울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한 해가 덧없이 지나가듯 '서울다운 서울'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지속 가능한 서울 보존'을 위한 폭 넓은 사회적 토론을 서둘러야 한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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