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자 "제2의 인생은 아프리카에서"
"하쿠나마타타"(아무 문제 없어)라며 언제든 웃어주는 '지라니'(이웃)가 있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 나오는 스와힐리어(아프리카 동부 지역의 말)는 이역만리의 언어였을 뿐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실체다.
바그너 오페라 등 고도의 난이도 탓에 서양 사람들도 멈칫거리는 음악으로 본토를 누볐던 메조소프라노 김청자(65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을 아프리카에서 꾸린다. 독일 칼스루에 국립오케스트라 단원 활동 등 동양인에게는 넘기 힘든 산으로 인식되는 정통 독일 낭만파 오페라로 전성기를 장식했던 김씨. 그가 밝힌 퇴임 후의 계획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씨는 내년 중 아프리카 나라 말라위의 카롱가 지역 빈민촌으로 가서 에이즈 환자가 남긴 고아들에게 문화와 예술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서울 집을 정리한 돈 2억원과 후원인들이 쾌척한 자금으로 교사 월급, 장학금, 악기 마련 등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다.
김씨가 그곳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05년 환갑 기념 세계일주여행이었다. 당시 아프리카 지역(남아공, 잠비아, 말라위 등)에서 봉사하고 있던 성직자들의 헌신에서 받은 감동이 가장 컸다. 그는 "진정으로 내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후 방학 때면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혈육은 독일 국적의 재즈 뮤지션인 아들(28) 하나뿐이라는 김씨는 "에이즈 없는 아프리카를 만드는 데 내 마지막 삶을 소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15년 동안 봉직해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 정년퇴임 기념 무대를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곡은 말러의 '교향곡 3번' 중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유병은 교수의 초연작 '산조의 황홀' 등이다. 크누아 심포니오케스트라 반주(지휘 정치용). 21일 오후 2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46-9078
지라니어린이합창단 세번째 한국 공연
"그 사람들은 뭘 하든 느려요. 참다 못한 내가 혼을 내도 '당신 말이 옳다'고 하는데,결국은 내가 그들에게 감사하며 살죠.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그들의 진심에, 감동 받는 쪽은 제쪽이거든요." 케냐의 지라니어린이합창단에서 3년째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있는 김재창(54)씨의 말이다.
2006년 창단, 이듬해부터 매년 한 차례 한국 무대를 찾아 오는 어린이 합창단이다. 세계 최대, 최악의 거주지로 알려진 케냐 고로고쵸 빈민촌에 거주하는 어린이 34명이 올해의 주인공. 이곳은 수도 나이로비에 버려진 극빈자 집단주거구역이다. 학비는 사치다. 쓰레기를 뒤지다 멍하니 하늘만 보던 아이들은 그나마 김씨의 연습실에 오면 도너츠 같은 간식 '만다지'를 먹을 수 있었다.
부지휘자, 피아노 반주자 등 한국인 2명과 함께 이 아이들과 사는 김씨는 "연습실 지붕이 양철이라 실내가 불볕이고, 쓰레기장이 불과 50m 거리에 있어 냄새와 연기가 지독하다"고 말했다. 현지의 살인적 물가보다 더 시급한 문제다. 현재 그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그 아이들의 삶을 기록한 영화 '잠보'('안녕'이라는 뜻)의 제작 준비에도 바쁘다.
지난해에는 케냐의 곤궁한 상황과 사단법인 지라니문화사업단의 사업을 소개한 책 <내일은 맑음> (북스코프 발행)이 출간되기도 했다. 그간 두 차례 내한 공연은 무대에서도 객석에서도 눈물이 넘쳤다. 내일은>
23일 입국하는 이들은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실(12월 9일), 국립민속박물관(16일), 세종문화회관(17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25일), 고양 아람누리음악당(30일) 등에서 무대를 갖는다. (02)3461-720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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