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이 소송을 거치지 않고 친일재산 매각대금을 국가에 자진 반환한 첫 사례가 나왔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행위자 고희경의 후손들이 물려받은 친일재산 토지 6필지(2만4,816㎡)의 매각대금 4억8,500만원을 지난 9월 국가에 반환했다고 12일 밝혔다.
고희경은 정미 7조약과 한일합병조약 당시 탁지부 대신이었던 고영희의 아들로, 1916년 부친의 작위(자작)를 이어받은 뒤 1920년 백작으로 승작했고, 일본 정부의 자문기구 역할을 했던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고문을 지냈다.
친일재산조사위는 이 땅에 대해 2008년 11월 친일재산 확인 결정을 내렸으나, 이미 2006년 제3자에게 팔린 상태여서 후손들 소유의 다른 부동산에 가압류 신청을 했다. 고희경 후손들은 올해 6월 법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했고, 9월 토지 매각 대금을 국가에 반환했다.
일제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은 다른 친일행위자의 후손 민모씨도 친일재산조사위와 화해계약을 통해 약 2,700만원의 부당이득금을 9월 국가에 자진 반환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이들 후손이 소송 없이 친일재산 매각대금을 반환한 것은 (조상의) 친일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친일재산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다른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친일과거사 청산을 통한 국민통합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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