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 2% 유지를 결정했다. 3월 이후 9개월째 동결이다. 한국은행은 현 경기 상황에 대해 "세계경제 호전 등으로 수출 및 내수와 생산활동이 더 개선되는 등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비록 실물경제의 회복세는 뚜렷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더블 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데다 신종 플루의 확산 등 성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저금리 기조를 끌고 가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이득이 손실보다는 더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금리를 올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로 집값 급등세가 주춤해진 것도 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출구전략 시기상조론을 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마냥 끌고 갈 수는 없다. 기준금리 2%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G20 국가 중 가장 회복세가 빠르다. 호주 노르웨이 등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국제공조에서 이탈한 것도 부담스럽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올해 들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는 등 자산시장이 언제 다시 불안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인플레와 자산시장의 거품 등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폐해를 줄이려면 언제든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한은의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며 출구전략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동결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조만간 출구전략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무리한 대출로 자산을 늘린 가계와 기업들은 금리 인상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강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