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이 1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입찰한 효성은 12일 거래소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인수를 공식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1년 채권단 공동 관리하에 들어간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효성, 왜 포기했나
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꿈을 접게 된 결정적 이유는 '특혜시비' 논란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은 인수의향 철회 배경과 관련해 "안타깝고 힘든 결단"이라며 "최근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혜 시비로 인해 협상을 진행할 수 없는 등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돼 인수의향을 철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 효성이 9월22일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시장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효성이 4조원이 넘는 인수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진위 공방이 나왔고, 분할 매각설까지 터지면서 특혜시비까지 불거졌다. 게다가'대통령의 사돈 기업'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이 됐다.
효성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특혜는 전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의혹을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거 비자금 수사 봐주기 의혹에다 오너 2세의 해외 부동산 구입 문제가 터졌고, 결국 검찰 수사의 압박까지 조여오면서 인수 작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효성은 두 차례나 인수제안서 제출을 연기하는 진통 끝에 11일 밤 인수 포기를 최종 결정했다. 효성 관계자는 "우리는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인수를 검토했지만 시장은 제안서 제출 연기마저 특혜로 보는 등 시각 차가 컸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이닉스, 재매각 어떻게 되나
유일한 인수 후보였던 효성이 손을 떼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은 잠정 중단됐다. 일단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재매각을 시도하겠다는 입장. 외환은행은 16일 하이닉스 M&A 관련 진행방향 협의를 위한 주식관리협의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지난 매각 때는 43개 기업들에 한해 인수의향서를 보내는 제한적 입찰이었다며 이번에는 외국을 제외한 모든 국내기업이 대상이 되는 완전 공개입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매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실제 9월 채권단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43곳에 대해 매각안내문을 발송한 바 있지만 효성 한 곳만 인수의향서를 보내 올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완전 공개 입찰을 한다고 해도 4조원에 가까운 초대형 매물을 인수할 능력이 있는 기업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욱이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어서 매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채권단과 금융계는 하이닉스 재매각은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내년 초까지 채권단이 매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효성이 재입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효성의 인수 포기가 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을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D램 가격 상승과 영업 호조 등으로 올해 말까지 약 1조5,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 독자 생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매각 무산으로 경영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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