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과제는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 직전부터 본격적으로 재론되기 시작한 세종시 문제는 이제 결정적인 국면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구성 완료된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의 첫 회의가 16일에 열리면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찬반과 대립이 한층 격해질 것이다.
주목되는 운영ㆍ의사결정 방식
이 시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세종시위원회가 어떤 기구이며 이 위원회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 위원회는 세종시 대안 심의기구다. 원안대로 세종시를 건설할 수 없으므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어떤 것이 대안으로 가장 적절한지 의사를 결집하기 위해 총리실 주도로 구성한 기구다.
이 위원회에 대해 "세종시 백지화를 위한 의도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철회와 대통령 사과, 충청권 인사들의 참여 거부를 요구ㆍ종용(충북 경실련)하거나 민주평통 자문위원직을 사퇴(연기군 의원 10명 전원)하면서 강력 반발하는 반응이 즉각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원안 그대로든 원안+알파든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공적 기구는 필요하며 그 기구는 민과 관이 다 함께 참여하는 성격을 갖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세종시의 원안이라는 것에 대해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달라 혼선이 빚어지는 점도 있지만, 무슨 계획이든 실행 과정에서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위원회 구성인사들에는 노무현 정권에서 행정도시특별법 입법을 추진했던 주무 장관, 세종시 때문에 토지를 수용 당한 사람, 이 문제의 위헌심판을 다루었던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세종시 추진에 반대했던 전 행복도시 자문위원장 등이 들어 있다. 전체 23명 중 민간 측 위원 16명의 면면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고른 사람들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위원회의 운영방식과 의사결정구조다. 대개 정부가 꾸리는 위원회는 무슨 말을 아무리 좋게 포장해 갖다 붙인다 해도 정부 의도대로 굴러가기 쉬우며, 외부에서는 잘 파악하기 어려운 위원회 자체의 묘한 논리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바꿔 말해 거수기가 되기 쉽다. 위원들에게 이 말부터 먼저 해 주고 싶다. 제일 중요한 것은 민간위원들 내부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의견 조율이며 의사 결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주장과 대안을 남김없이 논의하고 토론하면서 차례차례로 의사를 결정해 나가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문제를 빨리 매듭 지어 목표대로 연내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서두른다고 될 일은 아니다.
위원회에 대해 세종시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 심의를 받고, 위원회 운영과 회의 업무를 보조하는 정부측은 특정 방향으로 무리하게 몰아가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 교과서 같은 말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는 위원회 운영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세종시 문제는 원래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대립, 교차하고 뒤섞이는 바람에 더 해결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이 문제로 어제 만난 심대평 의원과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대화가 새겨 볼 만하다. 이 지사는 세종시를 둘러싼 대립이 효율성과 정당성의 충돌이라고 지적하면서, 효율성이 정당성을 이기려면 정당성을 덮고 넘을 만한 논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ㆍ현직 충남지사인 이들은 세종시 문제의 원안 추진을 확인했고, 심 의원의 경우 세종시위원회가 수정안을 확인시키기 위한 절차적 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했다.
정 총리 정치생명도 걸린 셈
이 지사의 지적대로 위원회가 '원칙과 정당성'을 설득할 만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가 생각하는 그림이 있다 해도 논리적 필연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실현될 수 없다.
반대로 이 위원회의 활동이 성공한다면 모처럼 사회갈등을 수습하고 해소하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의식하든 하지 않든 의도했든 안 했든 정운찬 국무총리의 정치생명도 이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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