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최근 법률이 아닌 하위법령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관이 관장하는 부령 등 하위법령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겠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임 장관은 지난 10일과 11일 공식석상에서 잇따라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방안을 행정법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에 '노동부 장관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노동부는 그 동안 노조법 개정을 추진해왔지만, 노동계 반발로 법 개정이 어렵다면 부령, 고시, 예규 등 장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우회해서라도 창구 단일화를 관철시키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계는 물론, 국회와 학계에서도 "부칙은 법률 본문을 시행하기 위한 보조 조항일 뿐"이라며 "정부 권한을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2일 "노조법 본문에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부칙만으로 헌법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노동단체 등을 중심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한양대 강성태(법대) 교수는 "국회에 넘겨도 법 통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노동부의 답답한 상황이 이해는 되지만 단체교섭권 제한 근거가 미비해 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권고적 성격에 불과한 행정지침으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임 장관의 억지 논리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임 장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청구한 노조법 부칙에 대한 유권해석 결과가 내주 초 나올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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